어제는 꼴 같잖은 작은 화단의 나무들을 손보았다.
몇평 되지도 않은 화단엔 그새 잡초가 무성한데 애써 뽑을 의욕도 없어 낫으로 대충 쳐내고
봄 맞은 지가 언제라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 서로 엉겨버린 나무들은 무섭게 쭉쭉 뻗어가는 사지를 다 절단해 버리고 몸통만 남겼다.
나무를 칠 때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록 과감해야 한다. 항상 예상보다 몇 곱절 웃자라기 때문이다. 속이 후련하다.
마당에 깐 보도블럭 틈의 잡초들도 이미 한 뼘이나 자란 것도 있다. 제일 골치덩어리다.
그 놈들의 뿌리가 얼마나 독하게 보도블럭밑으로 뻗었는지 근절하려면 보도블럭을 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그 고충을 안다.
톱질이며 가위질을 하다 팔을 쉬며 잠시 둘러보니 다들 참 무서운 생명력이다.
좀 있으면 그 애련스런 시절이 언제였더라 싶게 독한 기운을 훅훅 뿜으며 가공할 기세로 남의 영역을 잠식해 들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생물학적으로 가장 나약한 게 인간인 듯 하다.
사람의 마음이 자꾸 독해지는 것이 아마도 그 때문인 듯 싶기도 하다.
죽을 수 없다면, 살고자 한다면 달리 무슨 도리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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