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아름다운 부여

꿈 속을 걷 듯, 부소산 벚꽃(15.04.10)

heath1202 2015. 4. 12. 03:21

한 해를 살며 놓치면 아쉽고 허전한 의식 같은 게 있다.  나에겐 벚꽃 피는 이 맘 때 부소산 찾는 일이 그러하다.

때 맞추어 휴일을 잘 만나 올해는 혹시 져버릴세라 조바심 칠 일 없이 그 어느 해보다 눈부신 벚꽃을 만났다.

다 열심히 일하는 오늘 나는 휴일을 얻어 부소산을 찾았다.

누가 보면 참 시절 좋다 하겠지. 당연히 무지하게 감사한다.

 

서천 사시는, 이젠 퇴직한, 나보다 여섯 살이 위이시지만 나보다 더 청정한 영혼을 가지신 옛 동료를 불러 부소산을 같이 걷기로 했다.

전 날 전화를 하며 별 기대는 없었다.  이 분으로 말하자면 이제껏 못 해 본 일들-기타 배우기, 수채화 배우기, 탁구 배우기, 여기 저기 

유람 다니기, 인문학 강의 듣기, 도서관에서 대출 1위 되기 등등-을 여한 없이 하느라 몸살이 날 지경인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역시 슈퍼 히로인이다.  오후 약속 있다면서도 오전 일찍 부여까지 납시었다.  호기심 많은 이와 다니는 일은 의외의 재미를 많이 준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를라 치면 이 분은 나무 한 그루, 야생화 한 포기, 돌 한덩어리를 다 상관하시느라 정작 정상 정복은 하세월이시다.

그러니 같이 가는 이도 자연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사진도 찍어보게 되고 산 오르는 일이 마냥 재미난 놀이가 되어 버린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걷다보면 정상인거다.  오늘도 이 분 덕분에 유쾌하게 웃기를 여러 번이었다.

 

부소산 벚꽃은 그냥 아련한 꿈이다.

소담스레 벙그러진 가슴 벅찬 꽃송이가 아니라 아득한 허공에 점점 아련한, 눈을 가늘게 뜨고 꾸는 꿈이다.  

사분사분 무게도 없이 지는 꽃잎을 보며 또 내 무엇도 지는구나 했다.

 

부여여중 뒷 길 원주민이 다니는 부소산 오르는 오솔길이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숨이 바트게 오르고 나니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진다.

 

 

 

꽃이 있든 없든 봄날, 부소산성길을 걸어보는 일도 참 호젓하고 좋을 것이다.

 

 

 

 

유치원 애기들이 소풍 나왔다.  애기들도 꽃이 좋겠지.

 

 

 

 

 

금강. 속칭 백마강.

 

 

 

 

 

 

 

 

 

 

 

 

 

영일루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도 각별하다.

 

 

 

 

 

영일루 옆 군창지. 벚꽃에 취한 틈에 퍼뜩 푸르름이 돋보인다.

 

 

 

 

 

 

 

 

 

 

 

 

 

참 정다운 노부부.  혼자 떠나기 힘들거 같다.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역시 벚꽃에 치었다. 가엽게도.......

 

 

 

양지 바르고 아늑하다고 내가 부러워하는 부소산 자락 쌍북리 마을의 어느 구옥 담장에 얹힌 꽃. 살구꽃인가 복사꽃인가, 아마도 앵두꽃? 그 빛깔 참 청아하다.

 

어느 집 담장 밑에 핀 꽃.  명자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