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많이 뒤숭숭했다. 틀어놓고 잔 텔레비전 때문인지 요즘 마음이 행로를 잃은 탓인지 아무튼 구름이가 새벽부터 깨어서 칭얼거릴 때까지 내가 잠을 잔 건지 몽유병자처럼 밤새 쏘다닌 건지 모르게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어린 짐승은 손을 깨물며 놀아달라 하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갖다 바쳐도 하나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 나의 구름이를 위해 무거운 몸을 끌고 좁은 집 이 구석 저 구석 뒤뚱거리며 숨박꼭질도 해주고 간지럼도 태워주었다. 그리고 난 후 겨울옷 몇 가지를 빨아 봄을 맞는 자세를 바로 하였으며 부엌에 모처럼 들어가 맛이 가버린 찌개를 버리고 냄비를 닦고, 구석구석 구름이 털이 소복이 쌓인 집 안 청소도 하였다. 고맙게도 햇살이 좋다. 오늘 밤에는 비가 살짝 올 거라 하고 혹시 내일 흐릴지도 모르니 오늘 햇살은 절대 허송하면 안 될 터다. 여러 날 말수를 줄이고 지냈다. 햇살이 환하고 그런 날 나는 흔히 그 햇살의 그늘의 편에 서서 그 찬란함과 조응하는 것 같다. 가만한 응시의 때가 참으로 좋다. 오늘은 강에나 나가 볼까. 나에게 봄은 늘 물에서 제일 먼저 오고, 봄날의 물빛이 그리도 좋아서.
좋은 사람들, 당신들도 행복한 봄날을.
'삶의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처럼 탐식의 죄를(15.03.28) (0) | 2015.03.29 |
---|---|
꽃의 난무, 작은 홍매화 한 그루에서(15.03.26) (0) | 2015.03.29 |
가난한 친구 목록(15.02.23) (0) | 2015.02.24 |
2014 책목록을 보고 생각해보니(2015.01.28) (0) | 2015.01.28 |
왜 늘 안쓰러운지( 14.12.04) (0) | 2014.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