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 며칠 칩거에 들었다가 곧 임계점에 이르겠다 싶은 때 쯤 진즉 벼르던 오장환 문학관을 찾았다.
꽤 조숙했던 나는 중 2때 일제 강점기 무렵의 시인들의 대표시 쯤은 알고 있었다.
명시집을 노냥 끼고 외우고 읊기를 일삼았던 시절이었다.
내가 이해하고 느끼는 한계가 자명했겠지만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홍사용도 외웠고 랭보도 외웠었다. 오장환의 병든 서울도 그 때 알았었다.
아이러니는 정작 어른이 되어선 그 이름들이 아득히 먼 추억 속으로 아슴하게 멀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요즘 그들에 대해 다시금 관심이 생겼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좋아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문학의 뿌리 만큼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나에게 문학관이란 게 참 대단한 힘을 가진 것이, 책을 볼 때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쉽게 일깨운다는 점이다.
고난의 시대를 산 작가, 시인의 문학관이라면 눈물 흘리는 일도 예사이니,
그 공간의 선동성?의 힘으로 더 많은 이들이 문학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허나, 내가 오장환 문학관에 머무는 동안 그곳에는 나와 일행, 그리고 해설사 내지 관리인 두 분하여 고작 네 사람 뿐이었다.
오늘 방문객이 열 손 가락이나 꼽을까.
오장환 문학관 : http://janghwan.boeun.go.kr/museum.html
(사진 출처 : 오장환 문학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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