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서 나를 잃었나
나도 모르는 나를 사람들은 주워온다
저무는 강가에 홀로 섰었는데
분명 억새하고만 바람을 맞았었는데
화사한 나들이도 아니었는데
군중 속에 나는 그림자만도 못했을 텐데
추운 거리를 주눅든 아이처럼 외로 꼬았을 텐데
어두운 숲을 세상 끝처럼 걸어 들어가고 싶었는데
무덤 속처럼 깊고 신방같이 아늑한 숲속에서
소리 죽여 사랑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서 나를 주웠을까
혹시 너무 티나게 울먹였던가?
혹시 등을 치고 싶게 가련했던가?
아니면 덜어주고 싶게 한숨이 깊었던가?
나도 모르게 헤프게 흘린 슬픔,
나도 모르게 분냄새 풍긴 웃음
나도 모르는 외로움,
나도 모르니 무의미해야 하는 것들을
사람들은 자꾸만 주워와
내 앞에 수북이 던져놓고 간다.
나는 속수무책이다
사금파리 조각같은 나라는 파편들이
나 역시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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