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여, 눈 참 흔하다.
딱 한 뼘 왔네. 15센티.
부여 와서 두번째 이런 눈이란 걸 보았지, 운정아?
좋으니? 콧등에 눈 묻었네?
모르겠다. 눈이 온다면 이정도는 와줘야지.
집 옆 동산 소나무, 저러다 또 가지 부러질라.
올 일년 사람 손 한 번 안 간 사람이 살지 않는 옆집도 그 을씨년스러움을 감쪽같이 감추었고
옆집과 진배없이 풀 한번 뽑아본적 없고 가지 한번 다듬어 준 적 없는 우리집 작은 화단도
오늘은 처량한 기색이 없다.
몇 미터 안 되는 골목이지만 첫 발자국을 찍으며 나설 때는 괜한 감상이 들기도 한다.
여기서부터가 현실이다. 눈사람이 되어버린 이 차 옷 벗기는 일부터.
그리고 잠깐의 유턴을 못해 삼십분을 까먹었다는...
아침부터 삽질 땀나게 했다.
울학교 화단에 이렇게 껑충한 나무가 있었나? 눈을 쓰니까 존재감 드러나네.
카파도키아 기암같구나.
해는 짧고, 퇴근해 돌아오니 이렇게 저물어.
가로등 조명발 쩌는 이 풍경 어쩔.
바깥 눈사정이 궁금해 불을 켜고 마당을 내다보니 또 눈이 내려 부삽으로 밀어 내어놓은 외줄기 통행로가 사라져버렸다.
이제 눈 뒤집어 쓴 나무들이 힘겨워보인다. 내일은 나도 더욱 힘겨울래나....
'삶의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책목록을 보고 생각해보니(2015.01.28) (0) | 2015.01.28 |
---|---|
왜 늘 안쓰러운지( 14.12.04) (0) | 2014.12.04 |
나도 상냥해질지 모른다(14.11.30) (0) | 2014.11.30 |
유쾌한 물욕(14.11.27) (0) | 2014.11.27 |
이런 날이 왔다(14.11.26) (0) | 201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