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나도 상냥해질지 모른다(14.11.30)

heath1202 2014. 11. 30. 23:38

운전을 시작한 뒤로 줄곧 수동변속차만 운전해 왔다.

수동에 길들여져 살다보니, 또 시내주행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오토의 장점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아쉬움 없이 살아왔다.

어쩌다 오토차량을 운전할 기회가 생기면

그 단순한 조작도 자신없고 당황하곤 했다.

하지만 점점 수동차가 드물어지고 선택의 폭이 좁아져

오토차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두 대 중 하나는 수동이어서 줄곧 수동을 운전해 왔는데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오토가 내 차지가 되었다.

간단한 조작일 망정 수동조작이 본능이 되어버린 지금은

문득문득 손이 열적을 때가 있다.

특히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나도 모르게 변속에 들어가려다가 

일없이 변속기를 토닥거리곤 만다.

마치  애인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다 슬그머니 거두는 때처럼

무안해져선 딴전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처럼 속편한 것이 어디 있으랴.

내 손의 일부인 양 편하던 녀석을 버리고

이제 새로운 녀석과 새롭게 정분을 쌓아가야 한다.

(그 단순한 것을 가지고! 하며 남들은 웃겠지만)

새 녀석에 맞추어 성격도 바꾸어야 한다.

치고 나가던 화끈한 기분은 이제 버리고

차분히, 부드럽게  어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 녀석을 새로이 만나 내 거친 성정이 조금 상냥해지려나 모르겠다.

 

간밤에 비가 내리고 밤나무 밑에 세워 놓은 녀석이 흠씬

낙엽을 뒤집어 썼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