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전라북도

고창 학원농장(2014. 10. 30)

heath1202 2014. 10. 30. 22:47

몇달을 카메라 속에서 묵혀 곰팡이라도 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털어낸 사진들 속에 이런 사진들이 있었다.

올핸 가을이 참 더디 오는 것 같아, 작년의 9월 이맘 때는 어땠었지?  재작년엔?  그때도 이렇게 더웠던가? 그날 이런 얘기를 했었던것 같다.

나날의 생활은 늘 같은 날처럼 닳아 빠지고 구차하지만 부실한 기억 덕에 약간의 시간만 비키고 나면 생뚱맞은 낯선 얼굴이거나 아니면

혼미한 꿈 같아서 새 삶을 사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데자뷰는 고사하고 있었던 일도 아득하니 말이다.

 

드물게 가곤 하는 고창 학원 농장은 청보리와 메밀꽃이 볼만하고 그 틈새에 크지 않은 규모로 해바라기를 선보인다.

농사인지라 그 해의 일기에 따라 어느 땐 배가 부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운함만 가득 안고 돌아오기도 하는데,

올 해바라기는 날씨가 하도 더워 웬지 서로 말도 건네기조차 귀찮은 기분이어서 마지못해 사진 몇 컷 담고 미련없이 돌아서 나왔었다.

사진을 보니 그 때의 찌뿌득하던 기분이 새삼 살아온다. 

날씨 탓이라고 했지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유를 명확히 짚어 인정하기가 싫었을 뿐.

 

지금 학원 농장엔 메밀꽃이 피었으려나.  올해 농사는 좋겠다.  태풍이 잦던 어느 핸가 거의 파농이어서 꽃구경이 무안했었는데.

주말에 너무 일정이 없어 미안하고 창피한 지경이었는데 요즘엔 갑자기 일정들이 잡혀있어 고창 나들이를 기약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