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준비에 한 가지 일이 늘었다.
자동차 앞유리가 가을 안개로 이슬이 맺혀 닦아내야 한다.
오늘도 그랬다.
물기 젖은 자동차 앞유리에 낙엽이 몇 장 떨어져 찰싹 붙어있고
아무리 바빠도 그냥 운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과 한 주도 안되는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섭리도 생각하게 하고 덧없음을 생각하게도 한다.
뿌연 안개 속을 그 보다 더 종잡을 수 없는 생각에 취한 채
그저 길을 따라 간다. 이 길에 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어느 순간 다른 세상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의 영역에 들어서 있고 금빛 햇살에 눈이 부시다.
가늘게 뜬 눈이 기쁨에 겹다.
들판의 곡식들이 황금빛을 머금었다. 드물게 생명이 슬프지 않은 때다.
대견하게 영글어가는 곡식을 보면 나도 그처럼 될 듯 싶다.
툭하면 덧없다고 징징대는 나지만 요즘 만큼은 감격으로 눈물이 난다.
황금빛이 가장 아름다운 색깔이라고 선선히 인정도 한다.
물론 이 생각과 느낌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폭발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기쁨이 마음 어딘가 오래도록 머물기 바란다.
모든 것이 사위어 가는 게절 어느 때 쯤에도 내 맘에 요즘같은 광휘가 잠깐씩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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