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가 생활화 되어 있고 궁금한 게 많아서 삼백살은 족히 사셔야 한다고 내가 버릇없이 놀려 먹곤 하는 ㅇ 선생님을 따라 군산에 갔다.
군산이 채만식의 "탁류"의 현장이고,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수탈한 물자의 집산지 였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학습에 게으른 소치로
이성당 단팥빵을 사거나 게장을 먹고는 막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마음조차 경건하게 학습의 태세를 만반으로 갖추었다.
하지만 어쩌랴. 월요일이었음을. 부여국립박물관이 월요일 휴관인 건 그리도 잘 챙기면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박물관인 건 잊었다.
운이 없다 해야 할까 했는데 운이 참 좋다 말 바꿀 일이 있었다.
구일본18은행 군산지점을 복원하여 군산 출신 서양화가 하반영이 기증한 그림들의 상설 전시관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활용한
군산근대건축관이 바로 지난 주말에 개관하였단다.
완전 공치는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주변의 다른 시설들은 문을 연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미술관 옆의 미즈카페에서 한낮의 더위를 피하다가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 고우당 게스트 하우스, 동국사를 관람했다.
이미 문을 열고 있는 시설 뿐 아니라 다른 건물들의 정비도 활발해 보인다.
죽 관람한 것들이 다 일본식이다 보니, 언뜻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든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갔을 때 안내 해 준 분 말씀이
"아픈 역사라고 지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분명 군산을 흐르던 역사의 사,오십년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국적이고 신기한 구경거리가 역사의 본질을 압도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아픈 역사를 경시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본질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월요일이라 휴관한 박물관
박물관 주변의 거리. 정면은 일본식 건물들 몇 동으로 이루어진 블럭이다.
근대 건축관
역사 박물관과 미술관 사이에 조형물이 있길래 군산항에서 미곡을 지어 나르던 노동자려니 했다. 그런데 펜을 들고 있어 도무지 납득이 안 되어 확인차 들여다 보니
박수근 화백이라 한다. 노동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거장을 어깨에 손을 다 얹어 보다니....
건물의 규모가 대단히 큰 것은 아니었지만 내부는 상당히 복잡하고 무수한 방이 들어차 있어 좀 숨막히고 호러 영화가 갑자기 연상되어 무서웠다.
고우당 게스트 하우스. 일식 건물들이 여러동 들어차 있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가는 길
동국사 앞에서 본 저만치 언덕 위 마을
동국사 앞길은 이곳 사람인 고은 시인의 시로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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