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져 퇴근길에도 해가 한길은 넘게 남아 있다.
특별한 작물보다는 논농사가 많은 이곳은 지금 한창 모내기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요며칠 이른 무더위에 금방이라도 여름이 들이닥친 듯 겁을 먹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한주면 유월, 정말 여름이다.
점심 시간을 신나게 뛰어놀은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벌써 냉방기를 켜기 시작하고
살면 살수록 더욱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어른들은 시간 속에 길을 잃고 허둥대고 있다.
그 누구라도 따박따박 곧은 걸음걸이로 살수 없는 게 인생이지 싶은데, 나처럼 해찰이 많은 사람은 내가 서있는 곳이 어리둥절하기 일쑤다.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세월이 참 뜬구름 같구나. 삶을 성공했다 자부하든 그렇지 못하든 섣불리 자신할 수 없는 게 인생일진대,
어쩌면 삶에 의문을 갖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게 아닌가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남보다 삶에 더 담을려고도 하지 말고 남다르게 살려고도 하지 않는게
어느 깊은 밤에 자신의 삶을 희의하는 짓을 예방하는 길이겠다. 답도 없는 부정과 의심은 남은 삶의 기력도 팍 꺾어버리니 말이다.
시간은 갈수록 빨라진다.
저 언덕 위, 지붕 붉은 오량교회를 보며, 아름답구나하고 돌진을 잠시 멈춤으로써 나는 뜻하지 않게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그렇게, 4년째 오고가는 눈을 감고도 운전할 듯 싶게 익숙한 나의 출퇴근 길에서 사소하던 풍경들이 어느 순간 불쑥 내맘에 닥아설 때가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의 삶이 획기적인 사건일 수는 없으니, 일상의 작은 위안들이 어쩌면 진정한 삶의 위로일 것이다.
이쁘지 않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진정 내가 떠날 수 없는 이들인 것처럼 말이다.
오량리 들판 너머 아름다운 오량교회
오량리 들판 곁에 아담한 교회가 또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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