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텔레비젼 폐인(13.03.12)

heath1202 2013. 3. 13. 00:13

오늘 어쩔 수 없이 나자신을 'TV'폐인으로 진단하고 말았다.

연수는 끝났지만 오른팔의 상태가 좋지 않아 운동을 쉰지가 어언 근 두달이다.

처음에나 조바심이 났지 시간이 지나다보니 마음은 느긋하고 몸은 까라져 집에만 오면 나는 직립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운동을 가고 싶어도 좋아하는 프로그램들 때문에 가고 싶지가 않다.

누워 텔레비젼을 보다 곯아 떨어지곤 새벽 서너시 사이에 일어나 다시 텔레비젼으로 하루를 시작하길 여러날 계속하고 있다.

아무튼 얼마나 티비에 빠져 사는지 따져보자.

어제, 퇴근하자마자 "CSI" 에피소드 세개를 내리 보았다. 실은 옛날에 이미 본 것도 간간이 있지만 그냥 본다.

그런 담엔 요즘 미쳐 있는 "빅뱅 이론" 에피소드 세개를 챙겨 보았다.  요샌 쉘든에 푹 빠져 있다. 그런 또라이하고 살면 참 재밌겠다.

귀여워 죽겠고 그 유치한 티셔츠레이어드를 따라하고 싶을 정도다.

그런 다음엔 "하우스" 에피소드 두개.  물론 틈틈이 디스커버리채널의 알래스카 골드러쉬, 애니멀 플래닛의 '마이캣 프롬 더 헬'도 보고.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고 깨어보니 새벽 세시 십오분.  네 시간 넘게 잤으니 일어난다. 

팽개쳐놓은 하와이 사진 정리를 하다가 또 "섹스 앤 시티"를 보았다.  물론 예전에 했던 것들인데 그냥 또 보았다.

돌아보니 씻거나 먹을거 챙기거나 화장실 가거나 하는 잠깐의 틈을 제외하곤 줄곧 티비를 보았다.

폐인되는 게 어려운게 아니구나 싶다.

하와이에서 연수할 때도 금쪽 같은 시간을 tv보며 아까운 줄을 몰랐다.

어느 주말은 아마 "크리미널 마인드" 데이였던가 보다.  한 채널에서 진종일 "크리미널 마인드"만 하는데, 룸메이트가 알뜰하게 하와이를 탐색하러 나갈 때

나는 그걸 보고 있었고 여러시간 후에 그녀가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그걸 보고 있었다.

나이브한지, 너무 진지한지 잘 모르겠는 룸메이트는 종일 살인극을 보다가 내 정신이 이상해질까 걱정스러워졌다고...

나는 실소를 하고 말았지만 어찌되었든 진종일 티비만 보는건 건강한 정신이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한달에 한번도 친구를 만나지 않고도 외롭지 않고 따분하지도 않은 게 티비 때문인 걸 보면 이건 심각한 수준인데,

절대로 티비를 양보하고 싶은 맘이 없다.

읽어볼까하고 꺼낸 책이 "미래생활사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맨처음 본 어휘가 '실패한 유선교육'이다.

설명인 즉슨, '대다수 미국 교실에서 인터넷을 학습에 이용할 때-이를 웹교육이라고 한다-뜻밖의 결과가 발생해 학교는 더 큰 문제들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점점 독립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일정한 유형을 찾아내는 연관성 사고를 하지 못하며, 추상적인 영역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를 '빈 가방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언뜻 교실 내의 컴퓨터가 상당히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 내가 추상적 사고를 못하는 이유가 티비 때문인게 명명백백하다.

요즘은 단문이 아니면 읽은 내용을 잘 모르겠다. 이미지만 너무 보니 추상적 기호인 문자가 해독이 안되는 것이다.

다큐멘타리도 하도 많이 봐서 아하 하는건 많은데, 내 머리에서의 처리과정이 없다보니 그저 잡다한 상식 부스러기일 따름이다..

어찌한다?  나는 아직 쉘든을 사랑하는데?

오늘은 딴 거 보다가 빅뱅이론을 놓쳤는데 편성표를 보니 이따 새벽 네시반에 한다네.  챙겨볼까 어쩌까?

 

 <출처: daum>

 

 

 (출처: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