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이렇게 침울한지......
창밖 언덕에는 마른 풀이 질서없이 누워있고 그 위로 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납빛이다.
지난 주말 집에 다니러와 종일을 4편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보내던 딸이 한마디 한다.
뱀파이어가 살아도 좋을 날씨군.
정말 그랬다.
겨울이 길고 길어 우울이 만성 질환이 될 것 같은 나라의 날씨다.
시험기간이라고 종일을 방에서 한 발자국을 나가지 않고 보낸 오늘은 더욱 그랬다.
한낮에도 어스름녘처럼 끝모르고 가라앉는 날씨였다.
혼자 있는 시간에 저 날씨에 조응하다가는 정신이 온전치 못할 것 같았다.
하여 달콤한 커피프린스 재방송과 csi와 홈쇼핑과 영화, 그리고 책 그 어느 것에도 제대로 마음 쏟지 않으면서
종일을 헬렐레한 상태로 잘 보냈다.
이제 밤이 깊어간다.
어두우니 흐린 날씨 따위는 이제 알 바 아니고
고독을 알 정도로 내가 감각이 섬세한 사람이 아니니 밤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하여, 오늘 하루 나는 날씨에 휘둘리지 않은 채 잘 보낸 셈이고
오늘 밤 假死의 시간을 거치고 나면 내일은 시험이니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마음 쓸 여유가 없으니 되었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살아진다.
발밑이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듯한 기분 말고는 그런대로 안녕한 삶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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