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자꾸 게을러지는데 날씨까지 쌀쌀해지니 저녁에 운동 나가는 게 고역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면 파김치가 되어 휴식을 잠시 취하는데 달디단 그 맥을 끊고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나선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 없이는 정말 어림없는 일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자신과의 이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나도 모르게 터득한 방법이 있다.
밤마다 밖에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을 남겨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낮에 사도 좋을 우리 애기 먹을 상추를 굳이 사지 않은 채 남겨 두는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을 굶기면 안되므로 나는 별수 없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낮동안 현금지급기를 그냥 지나치면서 아이의 생활비 송금을 미루다가 밤에 나가 처리한다 (나는 인터넷뱅킹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될 구실을 만들어 아울러 운동까지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할일이 없으면 삶이 끝이구나, 무엇이든 살구실을 만들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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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많이 늙었나 보다.
예전엔 즐겁자고 운동을 했지만 요즘엔 그보다 우선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 같다.
남들 보기에 그렇지 않은데 의외로 끈기가 있어 십년이 넘게 한결같이 스쿼시를 쳐왔는데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서 그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나도 머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고, 내가 이 운동을 견딜 시간이 맥시멈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따져 보기도 한다.
당연히 우울한 생각이다.
이제는 이 우울을 극복할 무엇을 궁리하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이 들어 나대는 것도 흉하다 여기는 사람으로서, 우아하게 삶의 생기를 지킬 방법이 무엇일까.......
꼭 찾아야 할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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