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그야말로 기고만장(12.11.13)

heath1202 2012. 11. 13. 22:33

 

 

한 주쯤 요기할 것들을 샀다.

큰 우유 두팩, 요구르트 한 줄, 홍시 한 팩(집에 것이 영 더디 물러서), 계란 한 줄, 빵 몇개, 그리고 애기(토끼)양식인 상추도.

아, 그리고 한 달 넘게 굴러다닐 너구리 네 개도(여긴 고기가 안들었나? 그리 믿고 먹긴 하는데 때로 의심스러워 식욕이 가신다).

밥에 관심이 없는 게 참 다행이다.

음식 만드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니 생활이 좀 삭막할 지라도 여유로와 좋다.

점심 한끼 푸짐하게 급식을 먹고 나면 족하고도 넘쳐 밥먹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안든다.

사는 게 뭔가하고 안 그래도 심사 복잡하게 파곤 하는데 답이 그저 세끼 배불리는 거라고 하면 참으로 허탈할 듯 싶고

고뇌해야 할 행복한 시간을 음식 만드는데 '허비'한다면 허탈함이 배가될것 같다.

하긴 배가 불러 이러는 거 인정은 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질문을 던져보는 허세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사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삶이란게 알고 보면 부조리요 추상 그 자체란 거 인정하고 나면 삶이 좀 더 명쾌해진다. 

 

충만이라는 단어를 잠깐 생각해본다.

영생 만큼이나 의미없는 단어라는 생각과 함께 '그럭저럭' 쯤을 충만에 가름해보고자 하기도 한다.

하느님 믿어 충만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그 또한 결핍의 반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믿음 없는 나같은 사람 안쓰러워 해보던가 말든가...)

 

브레송의 사진집을 넘겨본다.

칠십 매쯤 되는 인물 사진에 벌쭉 웃은 인물이 한명도 없다.

표지의 본인부터 말이다.

그래서 멋있다.

좋아 죽겠는 때도 많지만 나에게 행복은 찰라라는 게 진리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히 족하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미간 좁혀가며 삶을 짚어는 볼 수 있다.

그런다고 해서 삶에 조그만한 변화라도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알량한 자신감으로 기고만장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삶이 아무리 가벼워보일지라도, 때로는 꽃 지는 소리가 쿵하고 들릴때가 있다.

삶에 주눅들지도 말고, 더우기 무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아야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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