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동안 내 마음을 방치하고 있다.
아침이면 기신기신 기어 일어 나지만 그 하루가 새날일리가 천부당만부당,
그저 아는 척 하는 이 하나 없이 또 하루가 슬그머니, 빨리 지나가 주기만 소망하고 산다.
저녁이면 세탁기에 던져질 옷가지처럼 후줄근해져선
아무데고 처음 던져진 곳에 고꾸라져 귀잠을 청하니 이미 삶에 격조가 없는지 오래다.
그걸 삶이라 한다면 글쎄다, 죽을 이유도 딱이 모르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처량한 내 마음이 너털웃음이라도 지어줄까 그럴싸한 허언이라도 찾아 보려고 시집 몇 권을 뒤적여 봤으나
지나치도록 많은 말들 중 그 어느 것과도 교감하는 데에 실패하고 머릿속만 난독증 환자처럼 어수선해졌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내집 마당의 민들레 꽃 만큼이나 많이 시인들이 하나같이 헛소리를 할 리는 없을 테니
문제는 분명 나에게 있을 터, 허나 이 삭막의 머릿 속을 휘저을 길이 없다.
일단은 삶을 버티는 것 만도 미덕으로 여겼지만 오래 그러다보니 이제 좀비만도 못한 비루함이 몰려 온다.
삶은 슬퍼도 괜찮지만 비루한 건 용납할 수 없다.
* 밤이 많이 깊었다. 종일 앉아 있는 시간들이다 보니 잠이 부족하면 남 앞에 꾸벅꾸벅 조는 민망한 꼴을 보이기도 하는지라 일찍 자려고 맘은 먹어 보는데
여전히 취침시간은 서너시 사이가 되고 있다. 못할 짓이다. 피로에 절어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고 있으면서도 끝내 못된 습관을 고쳐먹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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