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실낱같은 달이었다.
낮과 밤의 경계 속에서 마음의 정처를 몰라 잠시 발을 멈춘 사람이 아니라면 존재를 알지 못할 미미한 달이었다.
하늘이 아직은 어둡지 않고 여린 달은 제 빛을 찾지 못하여, 창호지처럼 창백한 저녁,
나는 어쩌면 가던 길 어디에서라도 나를 멈추고 초승이 질 때까지 지켜봤어야 할 것이다.
달을 보고 하마 누르지 못하고 뱉은 그 울컥한 감탄인지 탄식인지를 다독여가며 눈물 한 방울 찔끔 떨구었다면
누구든 무엇이든 내 가슴 깊게 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서히 내리는 어둠 속에서 나는 마지막의 깊은 안식처에 누운 것처럼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나는 사소한 일에 쫓겨 일별을 던졌을 뿐이다.
참 오래 된 일이다, 누군가를 내 마음에 따뜻이 품어 본지가.
누구든 나로 하여 외롭고 슬펐던 이는 없었으리라 믿는다.
정말 가여운 이는 무엇 하나 깃들 수 없게 황폐한 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그림자같은 초승을 선연하게 내 맘에 품어보려 한다.
초승은 내 안에서 배가 불러와 마음 가득 환하게 벙긋한 등이 될 것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자란 달이 뜰 것이고, 나는 한참을 지켜볼 참이다.
아무나 달을 품지는 않을 테니, 나는 많이 넉넉한 축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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