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전에 부랴부랴 가서 사온 모종들.
블루베리 두 그루 30,000포함, 66,000원 어치.
땅콩 60포기, 고구마 줄기 한단, 그리고 상추, 아삭이고추, 피망, 가지, 오이, 참외, 대파...
시장에 가보니 온갖 모들이 다 있어서 다 사고 싶은욕심이 불끈거렸으나, 첫 농사에 모값도 못할까봐 나름 신중하자고 달래었다.(부지런했으면 진작 씨앗을 뿌렸겠지만, 충동적으로 시작한 일이다보니 죄다 때를 놓쳤다. 덕분에 편히 모종을 사서...)
하지만 내가 일군 밭에 턱없이 넘쳐 여기저기 일단 꽂아는 놓았으나, 고구마순이 왕창 남아 퇴근 후에 개간 작업을 더해야 한다.
귀차니스트가 제대로 제 발목 잡았다.
벌써 땅콩이 몇 됫박이나 나올까, 고구마 밑이 얼마나 들려나 궁금해진다. 계란 하나 가지고 벌써 소샀네. ㅋㅋㅋ
우스운 얘기 하나
한 때는 마당과 화단을 금세 쓸어 놓은 듯 깔끔하게 손보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 후 매일 잡초 뽑기가 일과 였다.그러다 토끼 한 마리를 길렀다. 외롭다고 짝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그 라이언헤드 잡종이 무한 커지는 거였다.
마당에 방생했다. 나무 뿌리가 드러나게 땅을 파서 여러 그루 죽였다. 화단 한 켠에 엄청 큰 우리를 지었다. 울타리 밑을 파고 탈출하는 일이 없도록 콘크리트까지 쳐서. 그 안에서 새끼를 낳았다. 삼개월에 한 번씩. 새끼 낳는 줄도 모르고 있는데, 어느 틈에 주먹만한 어여쁜 토끼들이 땅굴 속에서 퐁퐁 튀어 나왔다. 한 번에 여남은 마리씩. 간신히 유인해 바구니에 담아 분양을 다녔다. 남편이 삼거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한마리씩 안겼다. 퇴근하면 날마다 들로 산으로 토끼풀 뜯으러 다녔다. 한소쿠리를 채워봐야 이삼십마리 토끼의 하루 식량이 부족했다. 사람들이 웬 미친짓이냐고 했지만, 어쩌랴. 산 생명은 어찌되었든 거두어야 하지 않는가. 새끼를 더 이상 못 낳도록 부모 토끼 두마리를 개줄을 묶어 떼어 놓았다.동물 학대라고? 모르시는 말씀. 줄이 길어 꽤 행동반경이 넓었으며, 개를 하도 물어 얼굴에 흉터 투성이였다. 얘들은 오래 산 놈이 무려 일곱살이었다. 내손으로 산밑에 고이 묻어 주었다.
제초+토끼=기미... 그 뒤로 다 손 놓았다. 어제 집뒤 밭에서 내려다보니 마당에 풀이 너무 많다. 하지만 신경 안 쓴다. 들며 날 때마다 댓포기씩만 뽑는 것이 원칙이다. 아직도 왼쪽 볼의 기미는 나의 우울이다. 이 텃밭 일군다고 기미를 감수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런 일은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일단 매달리면 '조금만 더'가 되는 것이다. 절대 중독되지 말아야지. 기미는 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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