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미술작품, 시청

정지용 문학관(12.04.08)

heath1202 2012. 4. 8. 20:10

오랜만에 참 좋은 날이다.

볕도 좋고 바람도 청량하고.

오래 전부터 벼르던 과제,  정지용 시인의 문학관 관람을 마침내 완수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의 한분이신 정지용 시인의 고향도 아주 따사로웠다.

볕을 다른 곳보다 두 배 쯤 더 머금은 생가와 그 곁의 문학관은 그 분의 한국 문학사에서의 위치를 생각할 때 오히려 조촐했다.

하지만 생가는 그 분을 생각하며 마루끝에 앉아 해바라기 할 만큼 마음이 편했고,

자그마한 문학관은 아기자기 알차게 잘 채워 놓았다.

고난과 격변의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시인을 생각하며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 중에는 단연코 "향수"가 있다.  

읽고 또 읽어도 이 시는 결코 심상해지는 법이 없고 마음에 이는 감동의 물결은 결코 잦아들지 않는다.

그 시만큼 아름다운 시는 단언컨대 나에게는 다시 없다.

너무 아름워서 눈물이 난다.

 

옥천은 그야말로 정지용의, 정지용에 의한, 정지용을 위한 도시가 되기로 작정했나 보다.

정지용이 없었으면 과연 무엇이 대신 그 자리를 채웠을까 절로 생각할 정도다.(스포일러가 아니니 오해 마시길.  부러워서 그럽니다.)

옥천은 옛날 대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마침 친지가 사셔서 가끔 왔었다.

워낙 작은 읍이다 보니 시내도 꽤 잘 알고, 삼양리, 금구리, 이원 등등 지명을 지금 들어도 아, 할 만큼 익숙하다.

하지만 문학소녀였던 나에게도 정지용은 너무 먼 시인이었다.

그 땐 정지용 시인이 월북시인으로 낙인찍혀 금기에 묶여, 시를 쓰시는 국어 선생님조차 아주 조심스럽게 시인의 이름만을 간신히 언급하던

어둠의 시대였으니 문학관이 있을 턱이 무엇이며 생가 따위를 감히 누가 챙겼으랴.

시대는 변하고, 지금 생가의 뜰에 서서 시내를 바라보며 삼십여년 전 통금 시간에 쫓겨 시내를 내달리던 단발머리 소녀를 생각한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흘러 지금 이 시대를 돌이키며 그 땐 그랬었다고 말하겠지.

 

생가에서 십여분을 차로 달리면 장계 관광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대청 호수를 내려다보는 맛도 괜찮았고,

경부고속도로상의 금강휴게소에 느긋이 앉아 봄볕에 그을리며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도 좋았다.

 

꽃의 계절에 꽃 말고 시인을 찾아 내 마음에 더욱 환한 꽃을 피운 것 같다.

 

 

 

 

 

 

 

 

 

 

 

 

 

 

 

 

 

 

 

 

 

 

 

 

 

 

 

 

 

 

 

 

 

 

 

 

 

 

 

 

 

 

 

 

 

 

 

 

 

 

 문학관 근처 꽤 흡족했던 음식점

 

 

 

"장계 관광지"의 '멋진 신세계'

 

 

 

 

 

벛꽃이 금세 터질 듯. 호숫가에 벛꽃이 피면, 그걸 못본 탐욕스런 나는 아까워 한이 될 듯.

 

호수 저편 버드나무에 깃든 아련한 봄빛

 

 

 

 

 

 

 

 

참 특별한 휴게소 "금강 휴게소". 휴게소를 목적지 삼아도 되는 곳. 아래는 금강 유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