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비를 데리고 오는 주말...

heath1202 2012. 3. 30. 18:55

자율학습 지도를 마치고 아이들 보내고 적막한 교무실로 돌아온 참.

지난 주도 지지난 주도, 그리고 이번 주도 금요일엔 비가 내린다.

흐려 일찍 어두워진 지금, 정말 조용하구나.

잠시 비도 멎어있고, 바람도 없고, 오래된 건물의 삐걱임도 없이

오로지 타이핑 소리와 내 배의 꼬르록 소리 뿐이다.

이 또한 특별한 느낌이군.

이미 어둠이 깔려 저만치 원당교회 십자가가 제법 붉어져 있다.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질 않다.

이십여년전 처음 이곳에 근무하던 처녀 적엔 일직을 서려면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허술한 시건 장치를 다 걸어놓고 만약의 사태를 시뮬레이션 하며 종일을 마음 졸이다

퇴근할 때면 기진해버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겁날게 없어졌나보다.

아무렇지 않다.  너무 아무렇지 않다.

이 외진 곳, 어둑한 이 때가.

 

슬슬 가야겠다.

시간 지나도 가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기 싫은 수상한 사람이 될테니.

 

Ladies and gentelmen, have a peaceful week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