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 죽겠는데 공주에 성적처리 담당자 연수에 다녀왔다.
개운하게 업무의 지평이 트인 게 아니라 미심쩍은 설명과 앞으로의 업무로 답답함만 더했다.
지금 교육과정이 1,2학년과 3학년이 다른데, 성적처리방법이 1학년과 2,3학년이 또 달라졌단다.
엎어쳐도 메어쳐도 수우미양가와 ABCDE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차이를 모르겠다.
설명을 들어도... 도시 말장난으로 밖엔.
게다가 1학년은 평가기준안의 형식이 달라지는데, 대체 뭐라는건지. 이런저런 요소를 집어 넣으라는데,
예시 혹시 없냐니 교육과정 보고 알아서 잘 짜보란다.
그러면서 평가기준안 3월 말까지 정보공시 하라고...
뭐 하는 짓인지.
끊임없이 뭘 새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인지.
말대로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불과 몇 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건지.
충남 중고등학교 성적 담당자가 다 모이다보니, 이런저런 현장의 얘기들을 듣게 되는데, 현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옛날엔 내가 젤 가는 불평분자였는데, 요즘은 불평에 내남없다.
교육과정에 폭력 막는다고 스포츠 클럽 우그려 넣으라니 1,2학년은 폭력이 덜 해선지 한 시간만 넣으래서 창체에서 넣었는데,
3학년은 무슨 근거로 두 시간을 넣으래서(머리가 커져서 더 폭력적인가?) 한 시간은 특별활동에서 빼냈는데,
또 한시간을 어느 학교는 영어 심화, 어느 학교는 수학 심화, 어느 학교는 창의적 재량활동에서 스포츠 시간을 만들어 내었다 한다.
우리학교는 창재를 스포츠 클럽으로 대체 했는데, 교육청에서 안 된대서 다시 며칠 전에 수학 심화로 바꾸었는데 여전히 다른 학교는 창재를 스포츠 클럽으로 쓰고 있다. 하도 말이 바뀌니 교사들 간에 정보 공유도 안되어 누가 맞는지 누가 틀리는지도 모르겠다.
삼월이 다 되도록 이런 아수라장이라니, 교직 경력 이십오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은 학교에 업무 하러 가는 건지 가르치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 하나 경기도로 전학 보내고 자료송부도 제대로 못해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연수받다 들은 웃기는 말 하나. 교육부나 도교육청에서 내려보내는 지침서들의 판권이 그 기관들에 있단다.
그래서 학교에서 베끼지 못하도록 현장 연수자료를 PDF문서로 내려 보낸다나... 기가 차서 헛 웃음도 안 나왔다.
현장의 일을 수월하도록 돕는 것이 상부기관에서 할 일 아니던가.
요즘 같아선 차라리 상부기관이 없으면 더 좋은 교사가 될 것 같은 생각이 굴뚝같은 판국이다.
또 하나 부아가 치미는 것이 출장 갈때 받는 교통비 관련인데... 출장지역 주유소의 주유 내역서를 가져와야 교통비가 지급된다.
그저께 기름 넣어 얼마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주유소를 들렀더니, "기름 넣은지 얼마 안 되나봐요?"
쪽팔려 죽을 뻔 했다. 더 쪽팔리는 것은, 혹시 동행이 있어 여럿이 가게 되면 카드 영수증을 쪼개어 받는 것.
3만원 어치 넣으면 만원짜리 세장 이딴 식으로.
안 그러면 동행자는 교통비도 없다. .
LPG 차는 더 웃긴다. 출장지 근처에 충전소가 없으면 충전소 찾아 뺑뺑 돈다. 참 비루하다
다른 교육청들은 어떠한지 기회되면 알려 주시길. 경기도는 증빙서류 없이 교통비 계산해 준다고 들었는데.
출장 한 번 갔다 왔더니 맥이 다 빠져 운동도 못하겠다.
자자. 그냥 시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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