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긴긴 방학이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뭉치지 못했다가 모처럼 식구가 함께 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벌써 숨통이 막혀오고 불안해 지는 것이 무슨 금단현상이라도 오는 듯하다.
그렇게 그리운 존재들인데, 막상 집안에 오글거리기 시작하면 불과 며칠만에 나의 정서불안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냐하면, 그것은 나만의 오롯한 시공간이 없어진다는 것.
유난스럽다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블로그에 뭔가를 끄적일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의 마음에 새로운 느낌이나 깨달음 따위가 있게 되면 대체로 블로그에 바로 기록을 하는 편인데, 식구들이 들끓게 되면 그러질 못하고, 그러다보면 남에게는 하찮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감정들이 어느 결에 곧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 블로그는 아직 내 가족들이 아무도 들어와보지 않았다.
남들에게 얼핏 정보를 듣고 나에게 몇 번 물어본 남편에게도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궁금해하지 말라고, 사생활의 영역으로 남겨두라고.
가족들이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지만 나의 블로그는 자연인 haze의 블로그이다.
혹시 자유로운 토로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해서 내가 딸들의 페이스북에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그래주기를 바란다.
가족이라고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지는 말 일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그것이 때로는 얼마나 숨통 막히는 일인지. 너무 옭아매지 말고, 너무 멀어지지 말고,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족 평화의 관건이고, 사이버공간의 익명성 쯤 존중해주는 것이 바로 최적의 거리다.
타인과는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고, 가족으로부터는 그들과 교집합이 되지 않을 나만의 자유를 나름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 나의 블로그다. 대단치는 않지만 아주 사랑하는 녀석이다.
* 주부들에게 하루 한두시간, 한갖진 그들만의 자유로운 시공간이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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