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서녘으로 기운 해에 눈 부셔하며 울타리 너머로 본 농로다.
가는 길이 몇 줄기 핏줄처럼 뻗어 있는데, 문득 생뚱맞은 느낌, 참 거침없구나.
저렇게 가느다란 길이 유장하게 조차 보이며 날 따라 와보라 부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길을 막는 것은 산도 물도 막다른 벽도 아닌 내 마음이 아닌가 한다.
나약한 마음의 철벽같은 공포.
실핏줄처럼 무수히 흐르는 길 중 어느 것 하나를 거침없이 따라가보지 못했다.
길은 자유가 아니다.
결코 섣불리 벗어나선 안되는, 내 삶에서 허용된, 그리고 안전한 영역의 경계다.
하지만 가끔 보이지 않는 경계의 벽을 돌파하고 싶은 때가 있다.
결코 나를 던지지는 못하겠지만, 자유의 한기 속에 서서 내 삶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학교 울타리 너머 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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