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척에 두고 있는데 호락호락하게 여겼던 막바지 추위의 저항이 대차다.
바람이 맵기가 한겨울 추위보다 덜하지 않다.
혼자 근무 중이라 난방기 가동도 조금 자제하고 있으니 말단이 곱아온다. 바람에 오래된 건물 여기저기가 앓는 소리를 낸다.
이 건물 외벽에 인부 몇이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고층 빌딩은 아닐 지언정 하필 이 추운 날에 벽에 붙어 칼바람을 다 맞고 있다.
조금 미루었다가 볕 좋은 날 칠해도 좋으련만, 무에 그리 급하다고 보는 이도 별로 없는 이 외진 건물에...마음이 짠해진다.
일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창에 인부가 한 명 매달려 있다.
나는 조금은 바쁜 척 부산스럽게 군다.
그게 조금, 아주 조금은 추위 속의 그에게 위안이 될까 싶어.(아니면 모욕이 될까.)
그렇든 어쨌든 매운 바람 속에서 그는 사는 것이 참 맵다 할 것이다.
퇴근을 하는데 머쓱해서 예를 다해 목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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