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쨍쨍하게 추웠다. 출근이 바빠 미처 머리도 다 말리지 못하고 나섰는데, 한데 서있는 차꼴을 보니 러시아에 가져다 놓아도 손색없게 꽁꽁도 얼었다. 성에를 새하얗게 뒤집어썼다. 긁고 있노라니 머리는 얼어 바삭거리고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학교 계단참에서 보니 유리창에 성에가 참 이쁘게도 새겨져 있다. 옛날 학교 건물이 다 그렇듯 날림으로 지어진데다 폐교가 오늘 낼 하고 있으니 시설 투자는 있을리 없고 외풍이 말도 못하다. 그 덕분에 이렇게 오묘한 작품을 보는 아이러니가 있구나. 지난 주말 게으름 피우다 눈구경을 놓치곤 아까워 머리를 쥐어박다시피 했으니, 오늘은 앗 추워라 하며 오르던 걸음을 되돌려 얼른 교무실에서 카메라를 가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에꽃을 담았다.
삶도 우연히 참 아름다울 때가 있으리라.
블로그를 하며 생긴 좋다면 좋은 습관 하나...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조차 매사 허투로 보지 않는다는 것. 달리 말하자면 삶에 의미부여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젤 추운 집으로 여기는 언덕 위 까치집. 바람을 오롯이 맞아야 하는 저 나무 꼭대기에 무슨 마음으로 집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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