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흐린 날, 하루를 종결지으며(11.11.30)

heath1202 2011. 12. 1. 16:26

하루의 종결...

출근길, 겨울비 치고는 빗줄기가 제법 거세다.

날이 새었는지 저물었는지 모를 어스름 속에서 하루가 가고,

마음에 한 두번 쯤 노란 나비 한 마리 나풀대 주었다면 고마웠으련만

말을 잃고 보낸 하루에 목이 잠겨 있다.

몇 안 되는 동료들은 낼 보잔 인사 한마디 없이 슬금슬금 한 사람씩 퇴근해 버리고

나 또한 들을 새라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나서보니

별반 잦아든 기미없이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빗줄기가 선뜻해도 그냥 맞자.

하루 중 처음 정신나는 순간이다.

이미 날이 어둑해져 사진도 어둑하고,

나뭇잎에 매달린 물방울을 찍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나도 젖고 카메라도 젖고, 결국

성의없는 숙제처럼 후다닥 찍어 버린다.

아, 피곤하다.

시동을 켜고 잠시 퍼져선 차창에 흐르는 물방울을 옛날 영화를 보듯 아련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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