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에 한가을날처럼 안개 자욱한 아침이다.
안개에 홀려 길을 헤맨 적이 몇 번이었던가.
차를 타면서 몇번을 다짐을 둔다. 이 막막한 안개 속에서 내 정신은 명료하리라.
하지만, 내가 놓치곤 하는 갈림길까지 5~6분 남짓, 어느 결에 나는 자꾸 정신을 놓고는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한다.
방송에서 흐르는 박효신의 '눈의 꽃'이 사이렌의 노래인 양 홀리고
안개 속의 나무들과 풍경들이 도시 낯설어 어리둥절 하고...하면서
마지막 나의 이정표가 될 빨간 다리를 건널 땐 절대 주의를 놓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빨간색이니까.
그리고 목적지에 시간내에 안착.
0교시 수업인데 소심한 차들에 추월도 못나가고 애가 닳았었지만, 시간에 맞췄다고 흐뭇한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런 안개 자욱한 날엔 안개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0교시 수업이고 출근시간이고 다 무시하고 한 번쯤 무단 결근이라도 하고 안개의 끝장을 보고 싶어진다.
정 배짱이 못 받쳐주어 마음이 불편하다면 병가라도 내고.
안개의 끝까지 달리면 어느 때, 어느 곳보다 찬란한 햇살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햇살은 오롯이 내 마음을 비출 듯.
내 마음이 햇살처럼 찬란할 듯.
안개가 참 좋다. 안개 낀 날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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