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젤 힘들었던 행로 중 하나가 꼬창 가는 길이었는데... 사실 꼬창은 전혀 예정에 없던 곳이었다. 우연찮게 압사라 앙코르 게스트하우스에서 꼬창을 거쳐 왔다는 장기 투숙객 아가씨 말에 솔깃했던 것이다. 사실 태국에 할애한 시간이 닷새 밖에 안되니 방콕에서 하루나 이틀 짜리 투어 신청을 했으면 편했으련만, 바다나 백사장에 판타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여, 캄보디아에서 나와 태국쪽 국경도시 아란에서 꼬창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바로 떠난단다. 이게 왠 횡재란 말인가. 흥분해서 타긴 했는데,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태국인들이 가득한, 냉방이 않되는 허름한 버스. 문제는 가도가도 꼬창은 안나오는데, 관광객이 이용하는 교통편이 아니니(여행객은 아마 우리뿐) 영어가 안 통해 속 시원히 정보를 알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첨엔 이것도 색다른 재미려니 했다. 쉬기도 자주 쉬는데, 부랴부랴 내려서 간식도 사먹고 그랬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위에 지치는데다, 무엇보다도 몇시간을 끊임없이 틀어대는 dvd. 인도 영화에 많이 나오는, 춤추고 노래하는...... 버스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너댓시간을 틀어대는데, 나중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꼬창간대서 꼬창가는 선착장에 가는 줄 았더니, 왠걸, 찬타부리에 오니 내리란다... 꼬창 가는 배타는 선착장이 아니라 거기서 선착장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내려 좀 더 말끔한 버스(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로 갈아탔더니, 한적한 길에 내려준다. 그 버스는 딸랏까지 가며, 꼬창에 가려면 도중에 내려 현지인들이 택시라부르는 개량된 툭툭 같은 걸 타고 선착장까지 가야한단다. 또 꽤나 하염없이 간다. 더위에 시달리고 바람에 두드려 맞아 꼴이 난민이 따로 없다. (그래서 배에서 찍은 사진을 다 삭제해야 했다. 너무 늙고 못생기고 불쌍해보여서...) 그리고 막배를 탔다.
숙소는 가격대비 아주 실망스러웠고, 편히 뒹굴거릴 해변도 없어 더우면 방에서 뒹굴거리다 그것도 무료하면 기어나와서 아주 친절한 여장남자 점원이 생긋생긋 웃어주는 손님하나 없는 숙소부속식당에 불편하게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는 했다. 평생본 바다보다 더 많이 바다를 본듯. 그런데 돌아보니, 그것도 아주 즐겁게 기억된다. 어쨌든 두 번은 못해볼 경험이었다. 하루 하고 반나절을 꼬박 바다만 보다가(그게 불만이 아니라 안락하게 바다를 즐기지 못한게. 어차피 투어같은 것은 관심이 없었고 그저 느긋이 쉬는게 목표였던 터다) 배를 타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밴을 탔다. 태국여행을 하면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것은, 교통편이 너무도 편리하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티켓을 끊기만 하면 밴이 숙소마다 돌며 예약한 손님들 다 거두어 배를 태워 건너편 방콕행 버스에 인계해준다. 정말 동동거리며 발품 팔일이 없이 얼마나 편하고 순조로운지 모르겠다. 어쨌든 열두시 오십분 방콕행 버스를 타니 너댓시간 쯤 후에 카오산 로드에 내려준다. 거기서 지도보며 이십분 남짓 걸으니, 피만 인, 아주 깔끔하고 아늑한 우리의 숙소다. 휴우~ 집에 온듯 싶다.
* 꼬사무이, 꼬창에서 꼬는 섬, 꼬창은 코끼리 섬이란 뜻. 또 태국 지명엔 론부리, 칸차나부리 같이 부리가 붙는 말이 많은데, 이는 도시를 뜻한다고 함.
아주 깔끔한 찬타부리 터미널. 맛있는 간식도 많이 판다. 태국은 맛있는 간식이 많아, 군것질 좋아하는 나는 태국이 너무 좋다.
우여곡절 끝에 선착장 도착.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생각해보니, 아침 일찍 시엠립에서 출발해 온종일을 시달리며 왔다.
잘 몰랐는데 어느결에 달이 저렇게 차있었다. 배에 타니 한 시름 놓인다.
간신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코끼리"를 찾아 숙소 바우처 구입. 태국에선 숙소에 인색하지 않으리라 작정한 만큼, 1200밧짜리 조금 할인 받아 구입.
낼 하루는 바닷가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하리라... 글쎄, 그럴수 있을까? ㅋㅋ
좀 황당한 가운데 잠을 설치고 새벽에 나선 숙소앞. 사진은 그럴싸하지만...ㅠㅠ 프라이버시라고는 눈꼽만치도 배려하지 않은 이 구조를 보시라. 방에서 누워 바다를 보라고 그런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방안을 들여다보라고 그런건지, 전면이 완전 유리다. 속이 훤이 비치는...
이웃 동에서는 밤을 새운 젊은이가 뭔가 끄적이는데, 수북이 쌓인 술병이 소주병인 걸 보니 한국학생인듯. 아마 코끼리에서 소개했나보다.
새벽부터 바다를 보기 시작하여... 바닷물이 맑기는 정말 맑다.
하염없이 바다만 보고 또 보고...
방에서도 이렇게 훤히 바깥이 보이니...
여기가 재료가 아주 신선하지 않은 식당. 콜라 한잔 시켜놓고 김빠지도록 앉아서... 그래도 전망은 죽인다.
개이름이 우리말 '누렁이'란다. 숙소 주인이 한국인이라 한다.
근처의 근사한 식당에 가서... 기분 내려고 갔다가 음식값이 하도 비싸 식겁하고는 사진만 찍고 왔다.
떠나는 날 오전. 날이 흐려 어제 본 바다와 좀 달라 보인다. 어제와 똑같은 일과. ㅋㅋ
갈때는 어두워서 못보았던 꼬창을떠나면서 본다.
뭍으로 우릴 데려다줄 배
배에서 본 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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