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쓸쓸한 사람이 쓸쓸한 사람에게

heath1202 2007. 2. 15. 11:27
 

방에 들어 앉았다.

밖에 바람이 불고, 처마 밑의 풍경소리가 전혀 아름답지 않다.(풍경을 바꾸어야겠다.) 삶의 신산함을 생각나게 한다.

가만히 벗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연민없이 마냥 흐뭇한 적이 없는 듯 싶다. 내 모습도 그들에게 그렇게 보이겠지. 

허무주의자라서 행복하다. 마음을 풀으니 자유로운거다. 격정과 열망에 나를 태우던 때도 있었고 절망으로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보기도 하였지만, 고맙게도 이제 난 평화롭게 나이를 먹어간다. 고단한 삶을 다독이고 싶게  넉넉한 마음도 생기고, 나에게 넘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퍼내어 주고 싶다.

인간이 어찌 한결같은 맘이겠는가마는 그래도 결국은 고개 끄덕이며 그래, 지금처럼 살면 된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나의 방은 지금 누추하지만 참으로 따스하고 아늑하다. 문을 열고 혹시나 추운 사람이 있다면 들이고 싶다. 나의 미미한 마음의 온기가 필요한 누구라면.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길을 잃고  (0) 2007.04.04
삶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0) 2007.04.04
정신의 새디스트  (0) 2007.04.03
[스크랩] 밥은 먹으겨~~~  (0) 2007.03.18
늦은 밤 궁남지  (0) 200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