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달밤을 걸었죠. 길게 걸었습니다.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길을 따라가며 많은 생각에 젖어보죠. 대개는 귀가하여 안식을 구하는 때이죠. (추공처럼 긴 밤을 지키고 있을 사람도 있겠지만) 사는 생각을 했죠. 하루를 살고 마감하고 또 하루를 산다는 것. 오늘 하루, 어떤 이는 기쁜 하루를 보냈겠고, 어떤이는 우울하거나 아니면 무기력했겠고, 또 어떤이는 기쁜지 슬픈지도 느낄겨를 없이 허덕이며 시간을 좆아 뛰기도 했겠죠. 기뻤든 슬펐든 이제는 모두 다독다독 하루를 잠재울 시간이죠. 내일은 오늘 기뻤던 이 슬플지도 모르겠고, 무의미한 삶에 절망했던 사람, 하루쯤 유효한 작은 보람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삶이 그러려니 합니다. 조금 기쁘고 조금 슬프면 감사한. 저격수처럼 팽팽한 삶을 살지 않는 한은 그냥 그렇게 조촐한 삶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적당히 버무려가며 삶과 손을 잡아야 하는 거겠죠. 그래야 살아지는 거겠죠. 그런 맘으로 들쑤셔진 마음을 다스려 봅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