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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과 함께(2018.12.24)

heath1202 2018. 12. 26. 00:50

크리스마스 이브가 네게는 별 의미 있는 날이 아니지만 올해는 넬과 함께라서 퍽이나 행복했던 날이다.


나는 성격적으로 덕질을 하기에는 너무 광범하게 관심사도 많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누구의, 혹은 무엇의 덕후가 되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사람)에 대해 상당히, 웬만큼, 어지간하게, 쫌 정도의 부사면 족하지 잠깐이 아니라면 미치게 좋은 것이 없다.(싫은 것은 죽도록까지 싫으니 참 모순이다.)

암튼, 넬은 그런 가운데 지속적으로 on and off 해가며 꽤 오랫동안 좋아해 온 밴드다.

그러던 차에 공연 한 번 못가고 한 해를 보내는구나, 정말 시골살이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문화실조가 실감나 넬과 어반자파카의 표를 덜컥 예매해

마침내 귀로만 듣던 넬을 우선 만났던 것이다.

흠, 광팬은 못되니 티켓판매 개시가 좀 지나 구입한 터라 로얄석은 언감생심 내 차지 일리가 없어 삼층에서 아련히 밴드와 관객을 팬옵티콘 구도로 조망할 수 있었다.

로얄석의 팬들은 과연 로얄팬들이었다. 모든 곡에 환호하고 떼창하여 콘서트의 흥을 배가시겼다.

그 팬들의 흥겨운 에너지 덕분에 넬의 음악 중 서정적인 음악들만 쏙쏙 골라 듣는 내가 모르는 레파토리도 적잖았음에도 나 역시 아낌없이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은퇴자에게 한장 십여만원의 티켓은 적잖은 투자지만, 가끔은 과감히 질러볼 가치는 충분하다. 어번자파카도 기대충만하다.


딸아이가 아낌없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콘서트장에 입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잠시도 웃지 않은 때가 없다. 어휴, 아구 아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