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강원도

강원도의 힘?(2018.1.5-7)

heath1202 2018. 2. 10. 13:51

82 친구들과 강원도에 갔다.

지난 여름 모임에서 이군의 눈꽃열차 제안으로 계획된 여행이다.

정작 제안한 친구는 네팔 여행과 겹쳐 못가고 듬직한 김군도 가정사로 못가 열두명 중 열명만 참석했다.

오오, 기차라니. 그것도 눈꽃열차라니.

하지만, 그럴 줄은 몰랐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 어릴 때 새마을호 바로 아랫급, 퍽도 고급지다고 여겼던 무궁화호가 완행열차였던거다.

기차라곤 이제 KTX 아니면 안타니 시절 변한 줄을 몰랐다.

게다가, 눈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겨울 강원도 하면 가지는 판타지, 겨울왕국까지는 아니더라도, 다큐에 흔히 나오는, 눈이 처마까지 내려 세상과 고립된 어느 외진 마을이

나도 모르게 각인되어 있었던가 보다. 암튼 삭막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풍광이었다.

조치원에서 열두시 이십사분에 탑승, 제천에 내려 요기하고 기차 갈아타 정동진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이다.

부랴부랴 저녁 챙겨먹고 숙소 들어 이야기 나누고 정동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동진 해맞이를 보러 갔다.

눈이 안와 섭섭하다 했지만 대신 이른 아침임에도 날씨가 포근해서 눈하고 바꾸어 밑지지 않는다 쳤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크루즈선 모양의 건물 위에서 해를 보았다.

너무 부지런한 박군은 혼자 딴 곳으로 가서 우리는 크루즈 위에서 저만치 백사장에 개미떼처럼 보이는 사람들 틈에 그친구가 있으려니 하다가

그 친구가 다른 각으로 찍은 해돋이 사진을 수신했다.

그 다음에 정동진 역 주변에서 아침 먹고 역에 나가 잠시 바다 구경하다가 태백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제법을 가 태백에서 내렸다.

공기가 동해하고는 딴판으로 싸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눈은 없었다. 여기 눈꽃 축제 하는 덴데 말이다.

등산을 할까 말까 하면 대체로는 안하는 쪽이 이기는 유혹이다. 등산을 벼르고 온 다섯만 반절 쯤 오르다 내려오고 나머지는 커피숍에 앉아 

해도해도 끝이 안나는 수다를 떨었다.

태백에서 또 일박을 했다. 삼십년이 넘게 우정의 햇수가 쌓이다 보니 이제 윷놀이까지 한다.

몸은 늙어가 술도 예전같지 않고 흥도 많이 준 대신에 아이스러움은 더하는 듯 하다.

모두가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놀거면 왜 그 지리한 기차여행으로 강원도까지 왔을까.

강원도라서 달리 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결론을 내린다. 강원도에 와서 우리 모두 행복하지 않았느냐고.

충청도에서도 전라도에서도 우린 행복했을 테지. 어디를 가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하면 행복할 테니.


나만 현장에서 나와 놀고 있다고 모임 회장 자리를 나에게 넘겼다.

일은 총무가 다한다고 하니, 그러마고, 명령도 못하겠냐고 했다. ㅋㅋ

초등학교 때 미화부장 한 번 말고는 생애 처음 맡아보는 '장'이다.


정동진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승객들이 모두 내려 우리가 객실하나를 전세내고 말았다.


하염없이 가다보니 목적지는 멀었는데 해가 저물어간다.










자발적으로 해돋이 보는 일은 거의 없는 귀차니스트인데, 벗들 덕분에 이렇게 기특한 짓을 한다.











숙소가 좋았던 점은 겹겹이 능선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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