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기

누구에게나 아늑한 은신처가 필요하지. 하지만(17.11.3)

heath1202 2017. 11. 13. 20:17

 

구름이는 투병에 들면서 제 종족의 특성을 많이 잃었다. 무엇보다도 호기심. 몸을 꼼지락거리는게 성가신 까닭이다.

제니는 건강한 고양이 소녀답게 궁금한 것이 많고 무엇보다 문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내가 장롱 앞에만 서면 어느 틈에 곁에 와 장롱에 잠입할 기회를 노린다. 어제도 그랬다.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온통 털범벅인거 이젠 그러려니 한다.

오늘은 어머니의 호출이 있었다. 여간해서 그런 일이 없는데 농협용무도 자신 없고 떡방앗간에 가져갈 콩도 한말 것은 되었던 것이다. 노는 김에 나도 효도했다.

두 시간여 만에 집에 돌아오니 요즘 컨디션이 좀 좋아진 구름이가 현관에 나와 뚱한 얼굴로 나를 맞는데 제니가 보이지 않는다. 잠깐 둘러보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외출 하느라 장롱을 열지 않았던가. 장롱문을 여니 제니가 미끄러져 나온다. 에구, 얼마나 놀라고 갑갑했을꼬 싶어 애처로웠는데 정작 제니는 잠이라도 처잤는지 패닉의 징후가 전혀 없다. 고맙게도 두 시간 넘게 용변도 보지 않았다. 저를 잡을 저 본능. 그래서 들고양이이들이 쉽게 포획이 되어 나비탕이 되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