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채널 같은데 보면 온갖 기상관측장비로 탱크처럼 중무장하고 토네이도를 좇는, 너드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달밤에 무지개를 찾아 하와이를 헤매고 있기도 하다.
올봄 내가 벚꽃을 구경하며 나도 체리블라썸 체이서 그딴거 같은 기분이 좀 든다.
딱히 할일도 별로 없고 이게 일이라면 일이니, 일상이 꽃으로 점철했다 싶게 많은 꽃을 본 봄이었다.
부소산도 두번이나 찾았고 경주에서도 지는 벚꽃, 핀 벚꽃 두루 마음이 사태가 지게 보았다.
읍내의 가로수 길도 거닐었고 찻집 창가에 앉아 창을 건드리는 꽃가지도 흐뭇하니 보았다.
지난 주에 장곡사 갔을 때 청양은 유난하게 벚꽃 개화가 더디어 하나도 봉오리 번 것을 보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제 딱 벚꽃이 만개했겠구나 했는데 과연 그랬다.
장곡사 입구에선 장승문화재가 있어 감히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않았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다는 벚꽃길과 칠갑산만 휘이 둘러보고 왔다.
올봄 마지막 벚꽃이겠구나 했다.
일요일이 다가도 마음이 무거워지질 않으니 다른 모든 걸 감내한다 해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싶다.
꽃을 보는 얼굴들을 보라. 이런 위안을 어디 쉽게 받을 수 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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