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붜래도 봄인 거지요.
버드나무 가지들을 보면 한껏 봄빛을 머금은 걸요.
머잖아 한순간 궁남지의 대기는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 겁니다.
해질 무렵, 궁남지를 걷습니다.
팔천 걸음 쯤 걷고 나면 어둑합니다.
걷다보면 물가에 나와 깃에 부리를 묻고 잠을 청하는 오리들을 자꾸 훼방놓게 되어 미안합니다.
혼자 걷는 나는 정답게 오리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염려말고 자려므나, 미안해.
열심히 걸었으니, 하루가 보람있게 마무리 됩니다.
내일은 좀 쌀쌀할 거라지만, 이제 봄은 후퇴하지 않습니다.
봄이 아닐 수 없다는,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나의 단단한 믿음이 있으므로.
낮동안 푸른 하늘에 젖어 있던 달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제 빛을 찾아갑니다.
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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