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어제 아침 생각(16.10.26)

heath1202 2016. 10. 26. 05:43


또 하루를 죽으려 사는구나

궂은 날씨 탓이었어

아침이 되었음에도 어둠이 걷히지 않았고

마음에까지 속속이 어둠이 스며

마치 영원히 그럴 것 같은 기분이었어

새날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은 아침이었어

몸을 일으킨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구름이의 꾹꾹이 덕에 피식 웃음으로써

그 부조리함에 움찔해서 일어났던 것 같아

삶과 죽음에 고양이 한 마리라니


운전을 해 일터로 가는데 차안에서 듣는 빗소리가

마치 쏴아쏴아 깨를 쏟아붓는 느낌이었어.

차 안에서는 빗소리에 맞서 음악이 흐르는데

그 음악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였어

'리드미컬한 부드러움으로 가차없는 빗소리를 제압하다'

어떨 땐 음악 한 곡이 강력한 한 방,

나를 날려버릴 것도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

꼭 그런 느낌이었어. 그 달콤함에 취해

나는 죽었소, 달콤하게 죽었으면 좋겠소 하는 기분이었지


신호를 어겼어

교차로, 어쩌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몇 미터

한 순간을 죽을 듯 살 듯 건넜어

사실 하나도 급하지 않았었어

그런데도 이렇게 전투적으로 촌각을 다투는 삶의 태도,

이제는 우리 속에 하나같이 유전자로 자리잡은 이 공격성이

맹목적인 관성으로 우리를 살게하는 미친 에너지가 아닌가 싶었어


실 나는 염세적인 사람은 아니야

삶에 대해, 어쩌면 사는데 크게 보탬이 되지 않은 생각이 많을 뿐이야

삶에 대해 환상과 포부가 없고 다만 세상이, 삶이

웬만큼 이치에 맞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할 뿐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에 나는 많이 예민하고 많이 화가 나

근데 이 나라 돌아가는 꼴 좀 보라구


미친 듯이 자고 났더니 또 금세 새날이군

요즘은 정말 죽은 듯이 자고 자고 나면 울고 싶어져

우울해서 자는 것이 아니고 자고나니 우울한 건데

아마 나의 시간 강박 탓이겠지

늘 부족한 시간

삶을 오래오래,

하품이 날 만큼 지루하게 생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암튼 자고 나니 새벽이고, 그것도 한 대통령이 죽은 날이로군

그 딸은 오늘 감회가 남다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