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많이 행복해졌다.
때로는 하루를 맞는 일이 긴 터널로 드는 것처럼 막막한 날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많이 가벼워졌다. 적어도 잠시 간은 말이다.
나의 고양이 구름이 때문이다.
나의 잠은 늘 구름이가 깨운다.
새벽마다 구름이는 내 방에 든다.
그리고 내 침대에 올라 나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내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 꾹꾹이를 하고 나를 밟으며 타넘고 머리를 비비고......
내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까지 내내 하는 짓이다.
그 작은 짐승이 주는 달콤한 느낌. 심지어 감동까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를 기분이다.
두 세명 다른 식구가 있을 때도 유독 나에게만 하는 짓이기 때문에 나의 행복감은 정말 보란듯 하다.
식구 하나는 구름이를 이뻐라 하면서도 늘 돌돌이를 곁에 두고 산다.
구름이가 쓰윽, 은근하게 자신을 비비고 지나가자마자 돌돌이로 털을 떼고
평소엔 거의 침대에 오르는 일 없는 구름이가 새벽에 침대를 올라왔다 내려가면 들들들 돌돌이를 굴린다.
틈나는 대로 예초기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청소기를 돌려 구름이를 질겁하게도 한다.
반면에 나는 털 따위 아랑곳 없다.
늘 옷에 몇 가닥 구름이의 하얀 털을 붙이고 다닌다. 그게 뭐 어떻다구. 더러운 것도 아닌데.
오히려 구름이를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난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늘 내게서 구름이털을 떼어주는 즐거움이 있다. 구름이털 붙었어요.
(그들은 진일보하여 고양이 관련물품을 보면 나를 생각하고 구름이를 생각한다.
엊그제도 지인은 우연히 지나친 행사장에서 고양이신문을 발견하고 내 생각이 났다며 챙겨다주었다.)
음식에 털 들어가면 어쩌려구? 골라내면 되지. 사람 머리카락처럼 불쾌하지 않다.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까 염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럴리가 없다. 콧구멍에는 촘촘히 털도 있고 우리는 재채기를 한다.
아무튼 오늘 새벽도 구름이는 내 품에서 한참을 놀고 기어코 나를 일으켜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
내 곁에 누운 이는 내심 부러워하지만 자업자득이다.
그 부드럽고 따뜻하고 어여쁜 짐승을 품에 전폭적으로 안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자신 탓이고
그 분홍빛 어여쁜 코의 선뜻한 기분을 제 코끝으로 느껴보지 못하는 것도 자신 탓이고
구름이가 기분이 좋아 사람처럼 발가락을 쭉쭉 펴가며 무아지경이 되어 해주는 꾹꾹이를 받지 못하는 것도 자신 탓이다.
사랑의 표현, 기분좋은 표현에 거침없는 내 방식대로 나는 나의 구름이를 대하고 구름이도 내게 그러한 것 같다.
내가 안을 때마다 구름이는 질색하며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지만, 한편 제가 그러고 싶을 때는 제 멋대로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리라.
사람에 대해서도 나는 그러고 싶다. 다만 사람은 그리하기에는 치명적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지만.
한 주를 사는 일이 힘에 부친 과업처럼 되어 버린지 오래다.
한 주를 마침내 살아낸 끝, 어젯밤에는 기진해 일찍 잠이 들었는데, 휴일인 오늘 새벽에도 구름이가 어김없이 깨워 주었다.
세종 사는 오랜 친구가 홍성에 가자고 한다.
홍성에 가서 또 다른 오랜 친구를 만날 텐데, 어쩌면 홍성 바닷가에 가서 게나 대하를 먹는 호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먼 나들이에 미세먼지가 나쁜 단계라니. ㅉㅉ
.
'울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이의 꾹꾹이 맛사지(17.1.6) (0) | 2017.01.06 |
---|---|
"나갈래"하고 한국말 하는 고양이^^동영상 (0) | 2016.12.09 |
마침내 "손"-그 놈의 간식이 뭐라고...(16.10.9) (0) | 2016.10.09 |
사람과 고양이의 나이 비교(뉴스1코리아 기사편집) (0) | 2016.08.21 |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16.8.18) (0) | 201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