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길이 우울했어.
한참을 돼지수송트럭을 앞세우고 가야했거든.
무슨 연유인지, 혹시 도축장이 있는지는 몰라도 내 일터가 있는 지역으로 가는, 돼지가 가득 실린 트럭을 자주 만나게 돼.
그럴 때마다 마음이 철렁하고 울컥해져서 보통은 바로 추월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교통량이 많아
트럭도 나도 꼭 갇혀 버린 거야.
돼지들은 오늘 아침 별나게 맛난 밥을 먹었는지도 몰라. 웬일로 홀가분하게 스톨에서 풀려 신이 나서 꽥꽥 노래했는지도 모르지.
기분좋아 겅중대며 꿈인지 생신지 맘껏 사지를 비틀어 보았을지도.
하지만 곧 트럭에 실려서는 낯선 곳 어딘가로 휘청이고 출렁이며 갔던 거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 알아차렸을거야.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서 트럭 위에서 저희들끼리 그렇게 다퉜던걸 거야.
돼지들아. 안녕. 잘 가려므나. 부디 짧고 순하게 죽음을 맞았기를.
그젯밤에 읽은 책에 따르면 고래는 발굽동물인 우제류(그중 발가락이 짝수인, 소, 돼지 같은 유제류)에서 진화했을거래.
돼지야, 너는 어쩌면 아득한 옛날, 그 멋진 고래의 조상이었을지도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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