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열 번은 족히 잠에서 깨었나보다.
어수선한 불면을 서성이는 나를
슬그머니 잠으로 밀어넣어 줄 줄 알고 틀어놓고 잔 음악 탓이었다.
밤새 내 잠속에선 눈도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었으며,
짧은 사랑 끝에 두고두고 한참을 아파 남자도 울고 여자도 울었다.
어떤 이는 숨죽여 울고 어떤이는 돌아오라 소리 높여 울었다.
어떤이는 회한에 또 어떤이는 그리움에 가슴을 쳤다.
假睡의 몽롱한 물결에 실려 나는 밤새 오만 감정으로 들까불리며
멀미를 하며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이 아침 나는 모래톱에 얹힌 고래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토끼눈이 되어 새아침을 보는 게 참으로 무색하다.
음악의 부작용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오늘밤엔 고양이 숨소리에 기대어 잠을 자봐야겠다.
Akseli Gallen-Kallela (26 April 1865 – 7 March 1931)의 1897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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