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
서울에 갔으니 시골에서 볼 기회가 희박한 영화 한 편 보자고 씨네큐브에 갔다.
이곳은 접근성도 좋고 상업성 없는 인디영화나 유럽영화 같은 마이너 영화를 오래도록 상영해 주므로 일년에 한 두번 쯤 가게 되는 곳이다.
시간이 맞는 것은 "5일의 마중".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을 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치 않아 다음 기회로. ( 설마 다음에 올 때도 하고 있겠지?그러길!)
"5일의 마중"은 문화혁명 시기 반동으로 몰려 헤어진 남편을 다른 기억을 다 잃어가면서도 잊지않고 매월 5일 기차역으로 마중 나가는
한 여인(공리 분)의 이야긴데 담담하고 잔잔한 외피를 하고 있지만 영리함이 느껴질 정도로 설정이 치밀하여 작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사악하게 느껴져 평위안의 공간 속에 나를 밀어넣어 보았더니 정말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나 자신도 그 기나긴 그리움을 인정하고 감정이입 하는 것이 분석하고 의심하는 쪽보다 훨씬 행복한 듯 하다.
11.02
요즘 챙겨봐야 할 영화들이 꽤나 많아 적체를 빚고 있다.
한주에 두어편은 소화해야 해소가 될 텐데 주말마다 한두가지씩 해야 할 일이 생겨 못보고 떠나보낼세라 조바심이다.
오늘은 "나를 찾아줘"를 보았다. 데이빗 핀처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믿거라 하는 데다 비평가들의 평도 워낙 좋아서(ㅋㅋ 영화보고 나오는데
한 여학생 왈, "이렇게 병맛같은 영화 첨이야. 짜증나.") 못볼세라 내내 조바심을 내던 영화다.
지금 놓치면 두고두고 내 상식에 "나를 찾아줘"만큼의 허전한 공백이 생길 테니까.
(걸작 미드라는 평을 듣는 핀처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못챙겨봐 아직도 찜찜해 하고 있단 말이지. 언제 다운받아 몰아봐야지)
어제 본 "5일의 마중"이 남편에 대한 사랑 혹은 그리움을 맹목적으로 혹은 너무 단순화시켰다 싶을 정도록 착한 영화였다면
오늘 본 "나를 찾아줘"는 상대에 대해 단 한가지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이 영화는 부부관계의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가 아니라 사이코패스 여자와 그녀에 의해 휘둘리는 남자가 주인공인 스릴러물이지만
서로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게 만드는 소소한 거짓의 일상들은 어제 본 영화의 미덕이었던 의리나 신뢰 같은 것과는 완전히 반대쪽 극단이었다.
이틀 동안 부부에 관한 영화를 연거퍼 보고 나니 평소 안하던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물론 영화 한 두편으로 감화될 나는 아니지만(ㅋㅋ) 말이다.
<자료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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