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생일이 코앞이라 아이보러 서울에 올라왔다.
아이는 월요일이 시험이라 잠깐 점심 먹을 시간만 할애해 줄 수 있고,
큰아이는 진도도 안나가는 논문 준비 중이라 도서관 가야 한단다.
나는 밥을 해먹일 마음의 자세가 아니 되어 있고,
아이들도 집밥 얻어 먹을 기대가 없으니
늘처럼 자연스럽게 외식이다. (밥지을 여건이 안된다고 우겨볼까...)
한식집에 가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밥을 먹고
각자 제 갈길로 흩어진다. 또 마음이 짠해진다. 그럴거면 잘하던가.
무지하게 추운 날이다.
도시의 추위는 시골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시골에서는 추워도 사람이 이렇게 움츠러들고 초라한 기분은 없는데,
도시의 추위는 그야말로 가난한 세상살이의 혹독함을 실감나게 한다.
안국역에서 내려(난 지하철 타는게 그렇게 싫다. 익숙치도 않은데다
승객들이 다 피곤해보여서) 칼바람을 뚫고 목표한 현대미술관으로 걷는다.
가는 길이 이쁘지만 한눈 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는 문화강박?은 없는지라, 유명한 공연을 꼭 봐야 한다던지 하는 건 없는데
미술관 오는 것은 꽤 좋아한다.
그림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유난히 관심 가는 것은 아닌데
그냥 미술관을 거닐고 잠시 앉아 쉬고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마도 쾌적한 환경 탓일거라 그냥 미루어버리자.
"정원展"의 이재삼 화가의 목탄화 「달밤」이 그렇게도 좋았다.
그림도 못 그리는데도 나도 그 부드러운 목탄으로 손을 더럽히고 싶었다.
직장 그만두고 나서 꼭 그림을 배우고 싶다.
이불 작가의 설치미술도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을 나설 때는 이미 어둑하다. 다행이 바람은 잦아들어 낮보다 나았다.
추운데 소두집에 가서 담백한 팥빙수도 먹고
이쁜 양말도 몇 켤레 샀다.
하루가 꽉 찼다. 막차 타고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아르헨티나 설치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대척점의 항구"
지금 우리는 물밑에 있다. 물살에 흔들리는 거꾸로 선 가로등을 보시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검은 물밑에 앉아 수면위를 올려다보는 느낌이 꽤 신선했다.
나도 꽤 호사 중이다.
이불 작가의 '새벽의 노래'. 이해는 잘 안간다. 새벽은 이렇게 깨어나는 것인가.
에를리치의 작품을 위에서 본 것이다.
춥고 어둡다. 미술관 안의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해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길로 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재삼 작가의 작품들. 첫번째 그림은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좌측 하단의 검은 점 같은 것은 날아가는 새이다.
고향인 영월에서 전시되었던 작품인가보다. "심중월 시리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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