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기

나의 이야기 상대

heath1202 2013. 8. 22. 11:45

나의 집에는 네 마리의 동물이 있다. 

개 세마리, 토끼 한마리.

모두 어찌어찌 떠맡다시피 해서 기르기 시작한 애들이다.

개들은 무심하게 마당에 풀어놓고 방목하고 토끼는 집안에서 애지중지 물고 빨고 있다.

게을러서 반려동물이라고 하기에는 방치가 심하지만 그래도 인정은 없지 않아 애들한테 이야기는 많이 한다.

퇴근해 골목을 걸어오는 동안 대문앞에 서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색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개들이다.

내가 들고 나며 잘 지냈어?  잘놀아~ 말해주는 대상도 개들이다.

밤에 텔레비젼을 보다가 애기 뭐해? 말을 붙이는 대상은 토끼다. 

가끔 소파에 누워 쓰담쓰담 해주는 대상도 토끼다.

아침 출근 준비에 내 밥은 거르고 허둥대면서도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이 개들과 토끼의 식사다.

그저께 미드에서 독방에 갇힌 수감자가 미쳐가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얘네들 없으면 나도 시들배들 시간이 버거울지도 모른다.

아무리 대충 돌보아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적잖이 짐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얘들한테 많은 위안과 즐거움을 얻으니 늘 고맙게 생각한다.

벌써 열 두세살이 된, 늙어서 안스럽고 슬픈 똘이, 열살이 다 되어가는데도 너무 작고 동안인 꼬맹이, 덩치는 다 자랐으나 한살이 채 안되어 천방지축인,

그러나 말귀를 하나하나 익혀가는 것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은  운정이, 그리고 늙어가는데도 여전이 이름이 애기인 안하무인 토끼, 얘네들이 없는 적막함을 난 상상하기도 힘들다.

 

 

(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