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혹등고래 만나는 꿈(13.02.24)

heath1202 2013. 2. 24. 04:35

이제 사흘밤만 자면 돌아갑니다. 육개월이나 현장을 떠나 있었으니 학교일이 새삼스럽고 두렵지만 한편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다보면 재밌긴 한데 시간이 늦어지면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가 있잖아요. 불안한 잠정의 평화나 행복같은거요. 이제 지지고 볶는 생활의 시작이죠. 부디 이 연수가 아이들을 만나는데 큰 자신감과 의욕을 주기를 바래보아요.

밤늦게 폴리네시안 컬츄럴 센터에서 돌아오는데 낮에 보았던 바다가 더욱 거칠어져 있군요. 칠흙같은 밤인데하얀 띠가 줄지어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고 아득한 수평선이 어찌된 일인지 하얗게 보입니다. 피곤에 절어 넋을 놓고 그렇게 창밖을 보고있노라니 모든 것이 꿈만 같군요.

야박하게 마음을 주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도 하와이에도. 애달파할게 없었던 무심한 시간이었믑니다.

며칠 심하게 날이 궂더니 오늘은 하늘이 푸르릅니다. 모처럼 거금들여 혹등고래 보려가려 합니다. 북태평양에서 겨울나려 내려 온다네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주말을.

 

 

.......

요즘 바람이 많이 불어 고래 보기가 쉽지. 않다고... 저만치 순식간에 시커먼 거 나타났다 사라지는 거 두어번 보고 물 뿜는 거 두어번 보고 푸르른 블로우 호울 몇번 보고... 그게 다였네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처럼 멋진 장면을 기대했는데. 쩝.

그래도 그닥 실망스럽진 않았습니다. 꿈을 꾸었으니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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