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오류 투성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극대화시키는 위험 천만한 짓을 종종 저지른다.
옛날 내가 본 신두리 사구는 어떠했던가.
돌이켜보니 아주 따사로운 날이었던가 보다.
모래언덕에 앉아 바다를 보았던가 보다.
돌아보면 늘 모래는 따뜻했고 햇살은 눈부셨다.
바람에 누운 윤기나는 풀잎도 눈부셨다.
왜 갑자기 그곳이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전라도보다 먼 태안 신두리 사구에 가고 싶었다.
안 갈걸 그랬다.
세월과 바람이 빚어낸 모래언덕은 무참하게 중장비에 파헤쳐지고, 판에 박힌 숙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다시는 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신두리 사구는 이제 기억에 없다.
모처럼 봄날이었고, 바다는 훈김을 내쉬고 있다.
아스라한 몽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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