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기

우리 아가 좀 봐 주세요.

heath1202 2011. 9. 8. 02:21

    작은애가 방학 동안만  맡기로 하고 과 언니 기르던 토끼를가져왔죠.  우리 아가가 본가에 가 있을 형편이 안 되었나봐요.  올땐 주먹 만하던 것이 지금은 거진 제 머리통만큼 자랐어요.  분명 미니토끼라고 샀을텐데, 굶겨야 미니토끼인가봐요.  하여튼 개학 때가 되니 작은 애가 은근 제가 이 녀석을 맡기를 기대하는 듯 싶고, 저도 생각해보니 이 아이를 위해서는 제 집이 훨씬 좋은 여건이겠다 싶어 보내지 않았어요.  방학 때는 베란다에 마냥 풀어놓고, 참참이 집안에서도 뛰어다니고 했는데, 이제 집안에 사람이 없으니 이럴 수 없어서 울타리를 쳐 주었어요. 오르락 내리락 뛰어놀라고  선반도 놓아주고 물어뜯고 놀 수건이랑 목도리도 넣어 주었지요.  그런데 제법 공간이 되는대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퇴근해 보면 늘 이렇게 창틀에 올라 앉아 있어요.  나름 적어도 7첩 반상 쯤 차려놓고 나가는데 거의 입도 대지 않았어요.  종일 이러고 있는 건지.  "아가"하고 부르며 들어서면 그제서 부싯부싯  일어나요.  창밖, 푸른 가을 하늘이라도 감상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도 없는 집이 마냥 심심하고 무료한 모양이예요.  제가 퇴근하면 그때부터 제가 잘 때까지 시종 울타리에서 꺼내달라고 조르지요.  창살을 물어뜯고 키재기를 하고 난리도 아니예요.  안겨서 제 옆구리에 머리박고 있거나, 저를 핥다가 느닷없이 깨물기를 좋아하지요.  남편이 개토끼래요.  냄새나고 털 빠진다고 질색을 하던 사람이 막상 얘한테는 한없이 약해졌어요. 얘가 핥아 주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머리도 잘 긁어주고.  얘때문에 많이 즐겁습니다.  혼자 있을 땐 좋은 얘기 상대이기도 하구요.

 

  참 예쁜 피조물입니다.

 

 

 

 

 

이렇게 푸른 가을하늘이라도 감상하고 있는지...

 

이렇게 먹이를 놓아주고 수건을 깔아주고 출근합니다.  퇴근해보면 백퍼센트 이 수건 위에만 똥오줌을 싸 놓아 이 수건만 빨아 다시 깔아주면 됩니다.  개보다 변을 더 잘 가리는 것 같아요.  냄새도 별로 안 나요.

 

보세요.  똥이 수건 위에만 있지요?  벽지는 또 얼마나 부지런하고 깔끔하게 뜯어내는지, 나중에 다시 도배할 때 아주 편하겠어요.    

 

집안에 널부러진 건 쓰레기가 아니고 얘 장난감이예요.  특히 굵은 니트는 목숨걸고 뜯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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