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깃발 단상

heath1202 2011. 6. 22. 02:23

 해가 길어져 퇴근 무렵에도 해가 중천이라 미안할 지경이다.  장마라 일기예보를 들은 지가 족히 열흘은 된 것 같은데, 대지는 갈수록 타들어 간다. 물이 제일 필요할 때인데. 농사짓는 이들의 근심이 무색하게 초여름 하늘이 참 곱다.  흔히 요맘 때는 연무 탓에 맑은 하늘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하늘은 거의 가을 하늘에 근접하게 푸르고, 바람까지 훈기를 말끔히 거두었다.  등줄기에선 땀이 주르륵 흐르는 데도 말이다.  파란 하늘에 초록이 선연하다.  깃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저깃발을 눈여겨 본적이 언제던가.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되기에는 터무니없지만, 아니 그런 염원을 품기엔 내 자신 참으로 왜소하고 초라하지만, 푸른 하늘에 빛바랜 깃발은 그동안 나에겐 먼 말들, 자유, 그리움, 혁명, 생명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을 상기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내하게 하였다종일을 시험문제 출제하느라 모든 기력이 증발된 상태였는데, 잠시의 싱그러움으로 온종일의 침묵이 배시시 허물어지는 것이었다.

현관앞 수반의 수련, 부지런한 지주사님이 화단에 물주시다가 물에 물을 시원하게 뿌리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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