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마른 잎 다시 살아나(2011.01.25)

heath1202 2011. 1. 25. 09:27

 화초를 가꾸는데 소질도 성의도 없다.

그래서 내 집에 온 화초들은 시름시름 앓다 죽거나 비루한 모습으로 근근한 삶을 산다.

살면서 많은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내며 살면서 유난히 분갈이나 죽은 화초 치우는 일 따위엔 한 없이 게으름을 피운다. 

내 집의 화초들은 죽을 때까지 분갈이 한번을 못 누려보고 시신이 되어서도 몇 달은 베란다 구석에서 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거의 화초를 사지 않는다.

이쁘다고 해서 내 것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에 화초가 있다.

 

얼마전 내박친 선인장에게서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과장없이, 정말 감격이고 경이였다.

사진 속의 화분은 직경이 7~8cm 정도의 아주 작은 화분이다.

열달 쯤 전에 어느 분이 책상에 두고 보라고 사 준 거다.

그걸 베란다 다른 화분들 틈에 두었는데, 어느날 부터 녹기 시작하더니 말라 버렸다.  잎도 남김없이 다 떨어지고.

게으르다보니 화분을 치우지 않고  마냥 두었는데, 지난 가을, 떨어진 잎에서 깨알만큼 작은 새로운 무언가가 생성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사진처럼 새로운 잎이 돋고 돋아 1cm가 넘게 원형의 꼴을 잡아가고 있다.

물 한방울 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눈 앞에서 생명의 경이를 생생이 목격하고 나니, 이 녀석을 어떡하든 멋지게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김없이 삼월이면...  (0) 2011.03.05
우연의 효과  (0) 2011.01.25
오묘한 조화  (0) 2011.01.07
아, 경이로운 찰나  (0) 2011.01.07
겨울 저녁 정경  (0)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