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화를 참 좋아했으나 시골에 살고, 생활에 바쁘다보니 한 동안 영화와 멀어졌으나 애들 다 키우고 살림 작파하고 나니 절로 영화와 다시 가까와져 간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 땜에...옛날과 다른 점은 한 때는 숙제하듯 클래식에 집착했으나 요즘은 나이탓인지 뇌가 아주 fragile한 관계로 반드시 영화의 스트레스지수를
내 나름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편안한 영화를 찾게 된다는 말이다.
추석 전후로 영화를 몇 편 봤다. "해결사", "시라노;연애 대작전", "퀴즈왕", 그리고 "엉클 분미"다.
"해결사"는 좋은 영화다라고까진 말하진 못하겠고, 무난. 대신 송새벽 땜에 겁나게 웃었다. ( 아, 송새벽, 너무 좋아. )
"시라노"는 스토리가 꽤 정교하고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는데다 송새벽이 또 나온다. 좋은 영화, 강추.
"퀴즈왕"은 잘잘한 웃음이 많다. 깊게 따질 것 없이 유쾌하게 웃으면 된다. 장진을 위시해 그 사단의 배우가 다 나온다. 임원희랑 정재영 땜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참 즐거운 영화.
근데, 명절에 본 영화의 정점은 "엉클 분미"다. 일산에서 나와 자유로를 정말 기어기어 서울에 도착했는데, 고속도로는 미어터질 테고 해서 서울에서 놀다 느지막이 내려가기로 했다. 씨네 21에 2010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엉클 분미"가 소개 되었는데 남편 왈 상영관이 이대 "아트 하우스 모모" 뿐이란다. 그래서 지방 단과대 출신 나는 이대구경도 할겸 모처럼 교양을 섭취할 겸해서 그 어려운 영화보러 간거였다. 지난 겨울 남부에서 북부까지 타이를 누비고 온 큰딸은 생소한 감독이름 "아핏차퐁"을 잘도 알고 있드만, 나는 문화실조인지 금시 초문이었다. 그래, 이제부텀 나도 교양을 쌓는거다. 하여, 홍상수 영화는 한편도 빼놓지 않는 남편이 "옥희의 영화"를 포기하고 나와 동행하고 애들은 현명하게 "옥희의 영화"를 택해 찢어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한 마디로 영화보다 죽을 뻔 했다. 옛날에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오기로 본적이 있는데, 그게 언젯적이더냐. 정말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잠깐 잠깐 좋고 말았다.(내 옆의 청년은 내내 잤다. ㅎㅎ,며칠전 타르코프스키 영화 봤다는걸 보니 영화 학도인지? 그래도 졸린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근데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했지만 장면장면이 지루하지 않았고, 맥락있는 스토리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한장면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도입, 전개, 클라이맥스, 대단원, 결말? 애초 이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죄 같은 비중을 가진 듯 싶었으므로 더욱 집중해야 했다.
암튼지 이런 영화 관람은 정말 미션이었다. 나중에 이해가 않간다고 내가 존 탓이냐고 물었더니 남편 왈, 하등 상관없다 한다. ㅎㅎ 환생에 관한 영화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텍스트 삼아 더욱 연구하시길... 힘에 부쳐 이만 줄여야겠다. 씨네 21 추석호에 소개되어 있슴다.
아트하우스 모모가 들어있는 이 건물 정말 독특하고 멋지더라구요. 신기해서 촌사람 참 즐거웠어요.
명절인데도 꽤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우리 애들 또래다보니.
영화 끝나고. 이제 집에 가야지. 너른 교정에 우리 뿐이네요.
학교 앞 아파트 단지가 그럴싸하게 찍혔어요.
내려오는 길은 보시다시피 텅텅 비어 평소보다 더 빨리 왔어요.
이게 마의 "엉클 분미" 포스터예요. 누가 보시고 설명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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