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꽃이 나를 달래다(10.07.02)

heath1202 2010. 7. 6. 00:27

 

   더운데다 습도까지 높아서 몸과 대기엔 경계가 없고 눅눅한 몸은 머잖아 녹아, 아니 부패해 해체될것처럼 여겨지는 기분이 참으로 불길하고 무력한 날이다.  이건 절망의 차원이 아니다.  더럽다.  내몸에서 스멀스멀 비집고 나오는 끈적한 땀은 저 대기와 농도가 같아서 절대 마르지 않는다.  내 몸에 새로운 진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피부가 축축한 양서류처럼 접촉이 꺼려지는 고기덩어리.  몇날 며칠 장마는 저 아랫녘에서 밀고 오지는 못하지만 더운 훈김을 훅훅 끼치고, 가끔은 소가지 사납게 소나기도 한조금 후두둑 쏟아내 대기를 부연 수증기로 가득 채운다.  최대한 호흡수를 죽여야 살 수 있을것 같다.  동면에 들듯 이 무더위엔 피도 천천히 돌고 숨도 질식하지 않았다 싶은 만큼만 천천히 천천히 다독여 재워야 한다. 

   이런 날씨에 제일 꼴사나운 건 사람뿐 아니라 장미꽃이다.  온전히 제 모습을 가진 것이 없다.  그런데 드물게 이 꽃이 이쁘다.  나는 꽃에 문외한이라 이 꽃의 정체를 알길이 없다.  다만 고급스런 개량 장미는 아니고, 해당화와 찔레를 닮았는데,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나는 이 선연한 분홍빛에 사로잡혀 등줄기를 적셔가며 햇살아래 한동안 꽃을 들여다 보았다.  그동안 내 불어터진 고깃덩어리 생각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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