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러 가다보면 거의 항상 같은 시간이면 돌아와 있는 소형 자가용 한대를 보게된다. 열흘이면 팔구일은 제시간을 지키는 것 같다. 처음엔 심상하게 보았지만 이젠 그 차의 주인이 살고 있을, 불밝혀진 소박한 빌라를 올려다 보곤 한다. 바람이 더욱 뼛속깊이 파고드는 요즘의 스산한 저녁시간에 촘촘 불밝혀진 칸칸의 빌라는 더욱 다사롭고 아늑하리라는 판타지랄지...를 잠시 가져본다. 좀체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법 없이 제나름의 알량한 삶을 뻐기며 사는 내가 아무데도 갈곳없는 사람처럼 더욱 추위를 타는 시간이다.
그이는 달리 갈곳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24평짜리 공간이 가장 깊고 아늑하게 자신을 품어주고 지켜주는 공간이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그가 호탕히 세상을 호령하는 늠름한 사람은 절대 아니리라. 그가 대차게 세상에 맞서가며 살것을 기대할것도 없으리라. 조금씩 가는 상채기를 내가며 사는 삶이기가 십상이리라. 그래서 하루를 허둥대가며 살다가 여섯시면 어김없이 돌아와 있는것이리라. 집에 돌아온다는 것. 그곳에서는 더 상처받지 않으면 좋겠다. 가족을 절대 우군이라 믿고 경계를 풀고 쉴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는 너무도 가여운 것이다. 그처럼 우리도 가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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